거짓말하는 아이 혼내기 전에 꼭 알아야 할 것 부모와 교사가 함께 바꿀 수 있는 지도법(이유,솔직함,과정,해결경험, 신뢰)

 

거짓말하는 아이 혼내기 전에 꼭 알아야 할 것 부모와 교사가 함께 바꿀 수 있는 지도법(이유,솔직함,과정,해결경험, 신뢰)

초등학교 담임을 하다 보면 학부모 상담에서 빠지지 않고 나오는 고민이 있습니다. "선생님, 우리 아이가 자꾸 거짓말을 해요." 그런데 신기한 것은 거짓말을 하는 아이들 중 상당수가 어릴 때는 긍정적인 평가를 많이 받았다는 점입니다. "말을 잘해요", "눈치가 빨라요", "이해력이 좋아요"라는 이야기를 듣던 아이들이 막상 초등학교에 들어와 학습 과제를 수행하면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습니다.

몇 년 전 제가 담임했던 한 남학생도 그랬습니다. 부모님은 아이가 똑똑하다고 생각하셨습니다. 실제로 대화도 잘했고 설명을 들을 때도 이해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 숙제를 자꾸 안 해왔습니다. 문제는 숙제를 안 한 것보다 매번 "했는데 집에 두고 왔어요"라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어느 날 아이와 단둘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정말 숙제했니?"라고 묻자 한참을 망설이다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선생님, 사실은 너무 어려워서 못 했어요." 그 순간 저는 이 아이의 문제는 거짓말이 아니라 실패를 인정하기 어려운 마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19년 동안 담임교사를 하면서 느낀 것은 아이들의 거짓말 뒤에는 대부분 이유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거짓말을 없애려면 행동보다 원인을 먼저 살펴봐야 합니다.

이유부터 보기

부모들은 아이가 거짓말하면 화부터 나는 것이 당연합니다. 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의외의 이유가 숨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맡았던 한 4학년 학생은 준비물을 자주 안 가져왔습니다. 그때마다 "챙겼는데 놓고 왔어요"라고 말했습니다. 처음에는 변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상담을 통해 알게 된 것은 아침마다 준비물을 챙기는 과정 자체가 너무 어려웠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실행기능이 약한 아이들은 해야 할 일을 순서대로 계획하고 실천하는 것을 힘들어합니다. 결국 준비를 못 했는데도 혼날까 봐 거짓말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럴 때는 "왜 또 거짓말했어?"보다 "어떤 부분이 어려웠니?"라고 물어보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됩니다.

솔직함 칭찬하기

교실에서 효과가 있었던 방법 중 하나는 솔직하게 말한 행동 자체를 칭찬하는 것이었습니다.

어느 날 한 학생이 숙제를 안 해왔습니다. 보통 같으면 핑계를 댈 법도 했는데 아이가 먼저 다가와 말했습니다. "선생님, 어제 놀다가 숙제를 못 했어요." 저는 바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숙제를 못 한 건 아쉽지만 솔직하게 말해줘서 고맙다." 그러자 아이 표정이 눈에 띄게 편안해졌습니다. 그 이후 그 아이는 실수했을 때 숨기기보다 먼저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아이들은 혼나지 않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솔직하게 말해도 괜찮다는 경험이 필요합니다.

결과보다 과정

거짓말이 잦은 아이들을 보면 자신감이 낮은 경우도 많습니다.

예전에 한 여학생은 시험을 보고도 점수를 숨기곤 했습니다. 어머니는 늘 "이번에는 몇 점 받았어?"라고 물으셨고 아이는 점수가 기대보다 낮으면 거짓말을 했습니다. 상담 후 어머니께 질문을 조금 바꿔보시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몇 점 받았니?" 대신 "어떤 문제를 가장 열심히 풀었니?"를 물어보시라고 했습니다. 몇 달 뒤 어머니가 웃으며 말씀하셨습니다. "선생님, 요즘은 점수를 숨기지 않아요."

심리학에서는 이를 자기효능감이라고 합니다. 자신이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기면 실패를 숨길 이유도 줄어들게 됩니다.

해결 경험 만들기

거짓말을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사실을 말한 뒤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을 만드는 것입니다.

준비물을 안 가져왔으면 다음날 챙기는 방법을 같이 생각해 보고, 숙제를 못 했으면 언제 어떻게 할지 계획을 세워보는 것입니다. 제가 담임을 하며 만난 아이들 중 거짓말이 줄어든 아이들의 공통점은 실수를 했을 때 해결하는 경험이 많았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실수할 때마다 크게 혼나기만 한 아이들은 점점 숨기는 방법만 늘어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신뢰가 먼저

작년에 있었던 일입니다. 교실에서 아이가 다른 아이의 뺨을 때려 문제가 있었던 일이 있었습니다. 모든 아이들이 본 상태였고 아이와 상담 후 가정으로 전화를 드렸습니다. 하지만 어머님의 말은 교실에서 아이가 말한 내용과 달랐습니다. 교실에서는 저에게 화가 나서 친구의 뺨을 때렸다고 했지만 집에서는 선생님이 무서워 어쩔 수 없이 뺨을 때렸다고 하였습니다. 엄마에게 혼날까봐 거짓말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교실에 친구들이 다 봤고 저에게도 본인의 행동에 대해 말하고 반성했다고 말씀드렸지만 어머님는 자신의 딸 말만 믿으셨습니다. 

 이 아이의 경우 엄마와 아이의 신뢰가 무너진 경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엄마에게 혼날까봐 거짓말을 해왔고 이번에도 역시 그러한 방법으로 위기를 모면하려고 했습니다. 

부모들은 거짓말하는 아이를 보면 걱정이 됩니다. 혹시 습관이 되는 것은 아닐까 불안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담임교사로 오랫동안 아이들을 만나보니 대부분의 아이들은 나쁜 마음으로 거짓말하지 않았습니다. 혼날까 봐, 실망시킬까 봐, 부족한 모습을 들키기 싫어서 하는 경우가 훨씬 많았습니다.

그래서 거짓말을 고치는 첫 번째 방법은 아이를 의심하는 것이 아니라 신뢰 관계를 만드는 것입니다. "왜 거짓말했어?"보다 "무슨 일이 있었니?"라고 물어보는 것, "또 그랬니?"보다 "같이 해결해 보자."라고 말하는 것이 훨씬 큰 변화를 만듭니다.

아이들은 완벽해서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실수를 인정하고 다시 해보는 경험 속에서 성장합니다. 부모와 교사가 만들어 주어야 할 것은 거짓말하지 않는 아이가 아니라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안전한 관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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