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만 시키면 우는 아이 자신감보다 먼저 길러야 할 생활 습관(말하는 습관, 실수, 성공, 중요한 것)


발표만 시키면 우는 아이 자신감보다 먼저 길러야 할 생활 습관(말하는 습관, 실수, 성공, 중요한 것)



초등학교 담임을 하다 보면 발표 시간만 되면 얼굴이 빨개지고 눈물을 보이는 아이들을 종종 만나게 됩니다. 학부모 상담을 하면 대부분 비슷한 말씀을 하십니다. "우리 아이가 자신감이 없어요.", "발표만 시키면 울어요.", "사람들 앞에 나가는 걸 너무 싫어해요."

그런데 19년 동안 담임교사로 근무하면서 느낀 점은 발표를 어려워하는 아이들의 문제가 단순히 자신감 부족만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오히려 생활 속에서 길러져야 할 습관과 경험이 부족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몇 년 전 2학년 담임을 할 때였습니다. 한 남학생은 수업 시간에 질문을 하면 답을 알고 있으면서도 절대 손을 들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쉬는 시간에 혼자 불러 물어보니 답을 정확하게 말했습니다. 그런데 친구들 앞에서는 한마디도 하지 못했습니다. 어머니는 "원래 소심한 성격이라 그래요."라고 말씀하셨지만 교실에서 관찰해 보니 다른 이유가 있었습니다. 실수하는 경험을 극도로 두려워했던 것입니다.

또 다른 4학년 여학생은 발표 순서가 다가오기만 해도 울었습니다. 처음에는 발표 공포가 심한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상담 과정에서 평소 집에서도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할 기회가 거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반대로 3학년 남학생 한 명은 발표력이 뛰어났습니다. 특별히 학원을 다니거나 웅변 교육을 받은 적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부모님이 식사 시간마다 "오늘 학교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일은 뭐야?"라고 물으며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습관을 꾸준히 길러주고 계셨습니다.

이 세 아이를 보며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발표 자신감은 갑자기 생기는 능력이 아니라 생활 속 작은 습관들이 쌓여 만들어지는 결과라는 사실입니다.

말하는 습관

발표를 어려워하는 아이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경험 자체가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몇 년 전 담임했던 한 여학생은 글쓰기는 매우 잘했습니다. 일기장에는 자신의 생각을 길게 적었고 독서록도 훌륭했습니다. 그런데 발표 시간이 되면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상담 중 제가 물었습니다.

"집에서는 이야기를 많이 하나요?"

어머니는 잠시 고민하시더니 말씀하셨습니다.

"생각해 보니 저희가 질문을 잘 안 하는 것 같아요."

그 뒤로 부모님은 매일 저녁 식사 시간에 아이에게 하루 이야기를 물어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짧게 대답하던 아이가 몇 달 후에는 친구 이야기, 학교 이야기, 자신의 생각을 자연스럽게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발표는 사람들 앞에서 갑자기 말을 잘하는 능력이 아닙니다. 평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습관이 먼저 만들어져야 합니다.

실수 경험

발표를 무서워하는 아이들 중 상당수는 완벽하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합니다.

3학년 담임 시절 한 남학생은 발표 순서가 되면 배가 아프다고 했습니다. 발표를 시켜 보면 내용을 모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공부도 잘하는 편이었습니다.

어느 날 상담하면서 물었습니다.

"왜 발표하기 싫어?"

아이의 대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틀리면 친구들이 웃을 것 같아요."

이 아이는 실수 자체를 실패로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발표를 마친 후 정답보다 용기를 칭찬하기 시작했습니다.

"틀릴 수도 있지만 끝까지 이야기했구나."
"손 들고 발표한 용기가 멋지다."

이런 피드백이 반복되자 아이는 조금씩 발표 횟수가 늘어났습니다.

교육심리학에서는 이를 성장 마인드셋이라고 설명합니다. 결과보다 과정을 인정받는 경험이 반복될수록 아이는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게 됩니다.

작은 성공

발표를 잘하기 위해 처음부터 학급 전체 앞에 세우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습니다.

제가 가장 효과를 봤던 방법은 작은 성공 경험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발표를 어려워하는 학생에게는 먼저 짝꿍과 이야기하기를 시킵니다. 그 다음에는 모둠 친구 4명 앞에서 말하게 합니다. 이후에는 교사와 1대1로 발표해 보고 마지막으로 학급 전체 앞에서 발표하도록 합니다.

5학년 때 만났던 한 학생은 학기 초에 자기소개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학년 말에는 학급 대표 발표까지 맡게 되었습니다.

부모님도 놀라워하셨습니다.

"집에서는 아직도 조용한데 학교에서는 발표를 한다고요?"

그 학생은 자신감이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었습니다. 작은 성공 경험이 반복되면서 자기효능감이 성장한 것이었습니다.

발표보다 중요한 것

학부모들은 발표를 못하면 자신감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자신감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담임교사로 19년 동안 아이들을 만나며 느낀 것은 자신감보다 먼저 길러야 할 것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습관, 실수를 받아들이는 태도, 작은 성공을 경험하는 과정이 먼저입니다.

발표 시간에 우는 아이를 보면 부모는 걱정이 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발표를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아직 발표할 준비가 덜 된 상태인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에게 "왜 그렇게 자신감이 없니?"라고 말하기보다 "오늘은 한 문장만 말해 볼까?"라고 격려해 보시기 바랍니다.

발표력은 타고나는 재능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조금씩 자라는 습관입니다. 부모와 교사가 아이의 작은 도전을 인정해 줄 때, 교실에서 눈물을 보이던 아이도 언젠가는 자신의 생각을 당당하게 말할 수 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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