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에서 아프다고 자주 보건실 가는 아이, 집에서 아프다고 학교 가기 싫다는 아이 지도법( 마음, 다양한 사례, 말로 표현하기)
교실에서 아프다고 자주 보건실 가는 아이, 집에서 아프다고 학교 가기 싫다는 아이 지도법( 마음, 다양한 사례, 말로 표현하기)
"선생님, 배가 아파요."
1교시가 시작된 지 10분도 지나지 않았는데 한 아이가 손을 듭니다. 보건실에 다녀온 뒤 잠시 괜찮아지는가 싶더니 다음 날도 같은 이야기를 합니다. 집에서는 아침마다 머리가 아프다며 학교에 가기 싫다고 하고, 주말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잘 놀러 다닌다는 이야기를 학부모에게 듣기도 합니다.
19년 동안 담임교사를 하며 이런 아이들을 수없이 만났습니다. 처음 교직에 들어왔을 때는 정말 몸이 아픈 것인지, 학교에 오기 싫은 것인지 구분하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오랜 시간 아이들을 관찰하며 알게 된 사실이 있습니다. 아이들은 거짓말을 하기 위해 아프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어려움을 가장 표현하기 쉬운 방법으로 몸의 신호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꾀병이네"라고 단정하는 것도, 반대로 모든 요구를 받아주는 것도 아닙니다. 아이가 왜 그런 신호를 보내는지 이해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몸이 아니라 마음이 힘들 때도 있다
몇 해 전 3학년 남학생 한 명이 있었습니다. 거의 매일 배가 아프다며 보건실을 찾았습니다. 병원 검사에서는 특별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상담을 이어가던 중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 아이는 발표 시간만 되면 긴장감이 심해졌고, 친구들 앞에서 실수하는 것을 무척 두려워했습니다. 발표가 있는 날이면 배가 아팠고, 체육 시간에 팀을 나누는 날이면 두통을 호소했습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신체화 증상(Somatization)이라고 부릅니다. 마음의 스트레스가 몸의 불편함으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능력이 아직 충분히 발달하지 않았습니다. "긴장돼요", "불안해요" 대신 "배가 아파요"라고 말하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따라서 부모는 아이가 아프다고 할 때 단순히 증상만 보지 말고 최근 학교생활에 어려움은 없는지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례 1. 친구 문제로 아침마다 배가 아프던 아이
4학년 여학생 한 명은 매주 월요일마다 배가 아프다고 결석하고 싶어 했습니다.
학부모는 아이가 장이 약한 체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상담을 통해 확인해 보니 주말 동안 단체 채팅방에서 친구들과 갈등이 있었던 것이 원인이었습니다.
학교에 오면 친구를 만나야 한다는 생각만으로 긴장이 커졌고, 실제로 복통까지 느끼게 된 것입니다.
이 경우 해결의 핵심은 배가 아픈 이유를 찾는 것이 아니라 친구 관계를 회복하도록 돕는 것이었습니다.
담임교사의 중재와 친구들 간 대화를 통해 관계가 안정되자 신기하게도 복통도 거의 사라졌습니다. 몸의 증상만 치료하려고 했다면 해결되지 않았을 문제였습니다. 그런데 친구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사실 쉬운 문제는 아닙니다. 또한 회피의 도구로 사용하던 것을 그만 사용하게 하는 것도 쉬운 문제는 아닙니다. 또한 아프다고 아이가 원하는 것을 모두 들어주는 어른들의 잘못 때문에 아이가 회피의 도구로 오랫동안 사용해 왔다면 이 또한 시간이 많이 걸리는 문제일 것입니다. 어른들은 늘 아이의 심리를 읽어야 하고 아이의 말만 믿고 행동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사례 2. 학습 부담 때문에 보건실을 찾던 아이
5학년 남학생 한 명은 수학 시간만 되면 머리가 아프다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두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니 수학 학습 결손이 상당히 누적되어 있었습니다.
수업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니 자신감이 떨어졌고, 수학 시간이 시작되면 긴장 상태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교육심리학에서는 자기효능감(Self-Efficacy)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자신이 과제를 해낼 수 있다고 믿는 정도를 말합니다.
이 아이는 자기효능감이 매우 낮아져 있었습니다.
수학 문제를 단계별로 성공 경험을 쌓도록 지도하고 작은 성취를 자주 칭찬해 주었더니 보건실 방문 횟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습니다.
아이가 아프다고 할 때 학습 부담은 없는지 살펴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때로는 스스로 학습 부담을 이겨내는 것도 필요합니다. 보건실이 회피의 도구로 활용되지 못하도록 아이의 마음상태를 잘 읽어야 합니다.
사례 3. 엄마와 떨어지기 싫어 울던 저학년 아이
1학년 아이들 중에는 아침마다 교문 앞에서 울며 들어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한 학생은 학교에 오기 전부터 속이 울렁거린다고 했고 교실에 들어오면 눈물을 흘렸습니다.
하지만 수업이 시작되고 친구들과 놀다 보면 언제 그랬냐는 듯 밝게 생활했습니다.
이 아이는 분리불안 경향이 있었습니다. 엄마와 떨어지는 순간 불안감이 커지면서 실제로 복통과 메스꺼움을 느꼈던 것입니다.
이럴 때 부모가 "학교 안 가도 돼"라고 매번 허용하면 불안은 오히려 강화될 수 있습니다.
대신 짧고 안정적인 작별 인사를 반복하고 학교에 적응하는 경험을 쌓도록 도와주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담임교사와 자주 연락하고 하루하루 아이의 마음상태를 읽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많은 대화와 이해, 포용 경험만이 아이를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그 아이는 몇 주가 지나자 아이는 혼자 교실로 들어오는 것이 자연스러워졌습니다.
아이의 감정을 말로 표현하도록 가르치기
많은 아이들이 감정을 몸으로 표현합니다.
배가 아프다, 머리가 아프다, 어지럽다고 말하지만 실제 원인은 속상함, 긴장, 두려움, 걱정인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가정에서는 감정 언어를 가르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오늘 어떤 일이 속상했어?"
"긴장되는 일이 있었니?"
"친구 때문에 걱정되는 게 있니?"
이런 질문을 자주 해 주면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조금씩 말로 표현하게 됩니다.
감정을 표현하는 능력이 발달할수록 몸의 신호에만 의존하는 경우도 줄어듭니다.
하지만 혼날까봐 걱정되서 감정으로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럴 경우 아이와 많은 대화를 통해 말로 표현할 수 있도록 심리적 억압을 풀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론
교실에서 자주 보건실을 찾는 아이, 아침마다 학교 가기 싫다며 아프다고 말하는 아이를 만나면 부모는 걱정부터 하게 됩니다.
물론 건강 문제는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하지만 특별한 이상이 없는데 같은 증상이 반복된다면 학교생활과 정서 상태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19년 동안 담임교사를 하며 느낀 것은 아이들은 이유 없이 아프다고 말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친구 관계, 학습 부담, 불안감, 긴장감 등 다양한 어려움이 몸의 신호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아이를 다그치는 것도, 무조건 결석을 허용하는 것도 아닙니다.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어려움의 원인을 함께 찾고, 학교생활에서 작은 성공 경험을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몸이 아프다는 말 뒤에 숨겨진 아이의 마음을 읽어줄 때 비로소 진짜 도움이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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