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제를 끝내는 데 유난히 오래 걸리는 아이 부모와 교사가 바로 도와줄 수 있는 방법(시작이 어려운 아이,과제 나누기,시간,작업기억,독서,방법)

 

과제를 끝내는 데 유난히 오래 걸리는 아이 부모와 교사가 바로 도와줄 수 있는 방법

초등학교 담임을 하다 보면 학부모 상담 시간에 자주 듣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선생님, 우리 아이는 공부를 못하는 건 아닌데 숙제를 너무 오래 해요."
"학원 숙제 하나 하는 데도 몇 시간이 걸려요."
"시키면 하긴 하는데 시작도 늦고 끝도 늦어요."

실제로 교실에도 이런 아이들이 있습니다. 수업 태도는 좋습니다. 교사 말을 잘 듣고 친구들과의 관계도 원만합니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는 "차분하고 얌전하다", "말을 잘 듣는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던 경우도 많습니다.

그런데 막상 학습 과제를 수행하는 상황이 되면 어려움이 나타납니다. 설명은 들었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 멈춰 있고, 과제를 하다가 자꾸 딴생각을 하거나 다른 행동으로 빠집니다. 결국 같은 과제를 친구들보다 두세 배 오래 붙잡고 있게 됩니다.

19년 동안 담임교사로 근무하며 느낀 것은 이런 아이들이 게으른 경우는 거의 없었다는 점입니다. 오히려 열심히 하려고 하는데 실제 수행 능력이 따라주지 못해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특히 실행기능과 처리속도 영역에서 어려움을 보이는 아이들에게서 자주 나타나는 모습이었습니다.

시작이 어려운 아이

몇 년 전 3학년 담임을 맡았을 때 한 남학생이 있었습니다. 수업 시간에 설명을 들을 때는 고개를 끄덕이며 잘 이해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 교과서에서 활동 시간이 주어지면 펼치면 5분, 10분이 지나도 첫 문제를 시작하지 못했습니다.

처음에는 의욕이 없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옆에서 관찰해 보니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 정리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던 것입니다.

이런 아이들은 시작 지점을 찾는 것이 어렵습니다.

학교에서는

첫 번째 문제 풀기
답 확인하기
두 번째 문제 풀기 처럼 순서를 눈에 보이게 적어주었습니다. 

집에서도 효과가 있었습니다."숙제해."라고 말하는 대신 "국어 1쪽 먼저 하자." "첫 문제만 풀어보자." 라고 구체적으로 안내하면 훨씬 빨리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시작이 어려운 다음 케이스가 있습니다.

과학시간이었습니다.  태블릿으로 찾은 이미지를 학습지에 풀과 나무 그림을 세밀화로 그리고 전 교시에 공부한 풀과 나무의 특징을 세밀화로 그린 것 아래에 작성하게 하였습니다. 어떤 풀과 나무를 골라야 할지 잘 모르는 아이가 있을까봐 칠판에 풀과 나무 이름 종류를 서너개 적어놓고 골라 작성하게 안내하였지만 끝끝내 고르지 못한채 40분 동안 빈 종이를 낸 아이도 있었습니다. 너무 생각이 많은편이고 완벽하게 자신의 생각을 찾는데 고민만 하다가 시간을 낭비해 버린 경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사실 이런 아이에게 꾸중만 하면 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아이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다음부터 과제를 시작할때 그 아이에게 본인이 주의해야 할 사항을 미리 알려주는게 중요합니다. 그리고 잘 수행했을때  칭찬을 아끼지 않고 할 수 있다고 격려해 주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가정에서도 이와 같은 방법을 적용해 본다면 아이의 수행시간은 훨씬 줄어들 것입니다.

과제 나누기

과제를 한 번에 제시하면 부담이 커지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실제로 한 여학생은 독서감상문을 쓰는 데 매번 두 시간 이상 걸렸습니다.

하지만 과제를 나누자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책 제목 쓰기
주인공 쓰기
기억나는 장면 쓰기
느낀 점 쓰기

이렇게 나누니 30분 안에 과제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교육심리학에서는 이를 과제분절화라고 설명합니다. 큰 과제를 작은 단위로 나누면 인지적 부담이 줄어들어 수행 효율이 높아집니다.

가정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숙제 전체를 보게 하기보다 지금 해야 할 부분만 보여주는 것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시간 보이기

과제를 오래 하는 아이들의 특징 중 하나는 시간 감각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교실에서도

"10분 남았어요."

라고 말하면 놀라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본인은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절반도 진행하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효과를 봤던 방법은 타이머 사용이었습니다.

10분 집중하기
2분 쉬기
다시 10분 집중하기

이런 방식으로 진행하면 아이들이 시간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집에서도 주방 타이머나 스톱워치를 활용하면 좋습니다.

중요한 것은 빨리 하라는 압박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을 스스로 인식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작업기억 돕기

과제를 오래 하는 아이들 중에는 작업기억이 약한 경우도 많습니다.

작업기억은 머릿속에 정보를 잠시 저장하고 처리하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문제 읽기
중요한 정보 기억하기
계산하기
답 쓰기

이 과정을 동시에 해야 하는데 작업기억이 부족하면 중간에 내용을 잊어버립니다.

제가 담임했던 학생 중에는 문제를 읽고 나면 무엇을 구해야 하는지 잊어버리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중요한 단어에 밑줄 긋기
문제를 짧게 나누어 읽기
메모하기

를 반복적으로 연습했습니다.

몇 달 후에는 과제 수행 시간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습니다.

학교와 가정에서 모두 적용할 수 있는 매우 실질적인 방법입니다.

독서로 훈련하기

과제를 오래 하는 아이들에게 제가 자주 권하는 활동은 독서입니다.

단순히 책을 많이 읽으라는 뜻은 아닙니다.

책을 읽고

주인공 이름 말하기
가장 기억나는 장면 설명하기
이야기 순서 말하기

같은 활동을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과정은 작업기억과 언어이해력을 동시에 자극합니다.

실제로 독서 습관이 자리 잡은 아이들은 과제 수행 속도도 점차 안정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영상은 빠르게 소비하지만 책은 내용을 머릿속에 유지하며 따라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하루 10분이라도 꾸준히 읽는 습관이 장기적으로 큰 도움이 됩니다.

속도보다 방법

과제를 오래 하는 아이를 보면 부모는 조급해질 수 있습니다.

"왜 이렇게 느리니?"
"친구들은 벌써 끝냈는데."

라는 말을 하게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담임교사로 오랫동안 아이들을 관찰한 결과 속도 자체가 문제인 경우는 많지 않았습니다.

대부분은 시작하는 방법을 모르거나 과제를 조직하는 능력이 부족하거나 작업기억의 부담이 큰 경우였습니다.

이런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야단이 아니라 전략입니다.

과제를 나누고
순서를 보이게 하고
시간을 눈으로 확인하게 하고
독서를 통해 사고력을 키워주는 것

이런 작은 변화들이 쌓이면 아이는 조금씩 스스로 과제를 해결하는 힘을 갖게 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남들보다 빨리 끝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끝낼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입니다. 그 힘은 학교와 가정이 함께 도와줄 때 가장 잘 자라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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