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집중 부족한 아이 혼내기보다 중요한 것 교사와 부모가 함께 도울 수 있는 방법(작업기억, 과제 쪼개기,피드백 바꾸기,독서)
주의집중 부족한 아이 혼내기보다 중요한 것 교사와 부모가 함께 도울 수 있는 방법(작업기억, 과제 쪼개기,피드백 바꾸기,독서)
초등학교 담임을 하다 보면 학부모 상담에서 자주 듣는 말이 있습니다.
"선생님, 유치원에서는 집중 잘한다고 칭찬받았어요."
"어린이집에서는 똑똑하고 말도 잘 듣는 아이였어요."
실제로 교실에서도 비슷한 아이들을 자주 만납니다. 수업 시간에 자세는 바르게 앉아 있습니다. 교사 질문에도 대답을 잘합니다. 친구들과의 관계도 무난한 편입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큰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학습 상황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설명을 들을 때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막상 활동을 시작하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릅니다. 과제를 끝까지 수행하지 못하고 중간에 다른 행동을 합니다. 시험에서는 아는 문제도 실수로 틀리는 경우가 반복됩니다.
19년 동안 담임교사로 근무하며 느낀 것은 주의집중 부족은 단순히 산만함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많은 경우 작업기억과 실행기능의 발달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따라서 야단치기보다 아이의 뇌가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을 이해하고 도와주는 접근이 필요합니다.
작업기억 키우기
몇 년 전 담임했던 2학년 남학생이 떠오릅니다. 수업 태도는 정말 좋았습니다. 눈도 잘 맞추고 설명도 열심히 듣는 아이였습니다.
그런데 활동지만 나눠주면 엉뚱한 행동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집중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관찰해 보니 다른 이유가 있었습니다.
설명은 들었지만 순서를 기억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예를 들어
첫째 색칠하기
둘째 오려 붙이기
셋째 이름 쓰기
이 세 단계를 설명하면 첫 번째 단계는 수행하지만 두 번째부터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잊어버렸습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작업기억이라고 합니다. 작업기억은 정보를 잠시 머릿속에 유지하면서 처리하는 능력입니다.
집에서는 간단한 심부름 놀이가 도움이 됩니다.
물 가져오기
휴지 챙기기
문 닫기
세 가지를 한 번에 말하고 수행하도록 연습합니다.
처음에는 두 단계부터 시작하고 익숙해지면 단계 수를 늘립니다. 이런 훈련이 학습 상황에서도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과제 쪼개기
주의집중이 부족한 아이에게 가장 효과적이었던 방법은 과제를 잘게 나누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교실에서 긴 과제를 한 번에 주면 시작조차 어려워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독후감 쓰기를 할 때
책 제목 쓰기
주인공 이름 쓰기
가장 기억나는 장면 쓰기
느낀 점 쓰기
이렇게 나누어 제시하면 수행률이 훨씬 높아졌습니다.
가정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숙제 다 하고 와."
보다는
"국어 1쪽 먼저 하자."
"다 했으면 수학 1문제만 풀어보자."
처럼 작은 목표를 제시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교육심리학에서는 이를 행동조형이라고 합니다. 작은 성공 경험을 반복하며 원하는 행동을 형성하는 방법입니다.
특히 집중력이 약한 아이들은 성공 경험이 매우 중요합니다. 작은 성취가 쌓일수록 자신감도 함께 성장합니다.
피드백 바꾸기
주의집중 부족한 아이들이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있습니다.
"왜 또 딴짓하니?"
"집중 좀 해."
"가만히 못 있니?"
하지만 이런 말은 대부분 행동을 바꾸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아이는 자신이 집중을 못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될 수 있습니다.
제가 담임하면서 효과를 봤던 방법은 행동을 구체적으로 칭찬하는 것이었습니다.
"오늘은 설명 끝까지 들었구나."
"5분 동안 과제에 집중했네."
"지난주보다 빨리 시작했네."
이런 피드백은 아이가 무엇을 잘했는지 알게 해줍니다.
실제로 한 학생은 학기 초에는 과제 시작까지 10분 이상 걸렸습니다. 하지만 작은 집중 행동을 계속 칭찬해주자 학기 말에는 스스로 과제를 시작하는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변화는 생각보다 작은 피드백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독서로 훈련하기
주의집중 부족한 아이를 지도할 때 제가 학부모들에게 가장 자주 권하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독서입니다. 다만 여기서 말하는 독서는 단순히 책을 많이 읽는 것이 아닙니다. 집중력을 키우기 위한 독서 습관 만들기입니다.
몇 년 전 담임했던 3학년 남학생은 수업 설명을 들을 때는 집중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독해 문제만 나오면 내용을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문제는 글을 읽는 능력이 아니라 끝까지 읽고 내용을 머릿속에 붙잡아 두는 힘이 약했던 것이었습니다.
상담을 하며 알게 된 사실은 평소 영상 시청 시간이 하루 3시간 이상이었다는 점입니다. 반면 책 읽는 시간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래서 부모님과 함께 작은 목표를 세웠습니다.
하루 10분 책 읽기
한 문단 읽고 내용 말하기
주인공 이름 기억하기
가장 재미있던 장면 이야기하기
처음에는 5분도 힘들어했지만 두 달 정도 지나자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수업 시간에도 설명을 기억하는 시간이 길어졌고 독해 문제 정답률도 높아졌습니다.
독서는 단순히 지식을 쌓는 활동이 아닙니다. 읽은 내용을 머릿속에 유지하고 의미를 연결하는 과정에서 작업기억과 언어이해력이 함께 발달합니다. 특히 초등학생 시기에는 꾸준한 독서가 주의집중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독서량보다 독서 경험입니다.
책 한 권을 읽더라도
주인공 이름 말하기
이야기 순서 설명하기
가장 기억나는 장면 이야기하기
결말 바꿔보기
같은 대화를 나누면 집중력 훈련 효과가 더욱 커집니다.
담임교사로 오랜 시간 아이들을 지켜보며 느낀 점은 집중력이 좋은 아이들 중 상당수가 독서 습관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책 읽기는 눈으로 글자를 보는 활동이 아니라 생각을 붙잡고 끝까지 따라가는 집중력 훈련이기도 합니다.
결론
주의집중 부족은 게으름이나 의지 부족이 아닙니다. 많은 아이들이 스스로도 힘들어합니다. 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실제 수행 능력이 따라오지 못해 좌절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담임교사로 19년 동안 아이들을 지켜보며 확신하게 된 사실이 있습니다. 집중력은 타고나는 부분도 있지만 훈련을 통해 충분히 성장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작업기억을 키우고 과제를 작게 나누며 긍정적인 피드백을 제공하고 안정적인 생활습관을 만드는 것. 이런 작은 실천들이 모이면 아이는 분명 달라집니다.
아이의 부족한 점을 지적하는 것보다 오늘 어제보다 조금 더 성장한 모습을 발견해 주는 것이 교사와 부모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역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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