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톡방에서 친구 욕을 했던 아이, 학폭까지 가지 않았던 이유


 단톡방에서 친구 욕을 했던 아이, 학폭까지 가지 않았던 이유

19년차 담임교사가 본 부모와 교사의 중요한 역할

초등학교 5학년 여자아이들은 친구 관계의 영향을 크게 받는 시기입니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감정이 흔들리고 친구 말 한마디에 자존감이 무너지기도 합니다. 특히 단체 채팅방 문화가 일상이 되면서 예전보다 훨씬 빠르고 은밀하게 갈등이 커지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실제로 담임교사를 하며 있었던 일입니다. 한 여자아이가 단톡방에서 다른 친구 욕을 했다는 이야기가 퍼졌고, 상대 아이가 큰 상처를 받으며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분위기가 심각해졌습니다. 피해를 받았다고 느낀 아이는 학교 가기를 힘들어했고 부모 역시 분노가 큰 상태였습니다. 자칫하면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이야기까지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결국 이 일은 학폭으로 가지 않고 비교적 잘 마무리되었습니다. 시간이 지나 돌아보면 그 과정에는 중요한 이유들이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가해 행동을 했던 아이 부모의 태도, 그리고 담임교사의 중재 방식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아이의 잘못을 무조건 감싸지 않았습니다

친구 욕을 했던 아이 역시 처음에는 억울함이 컸습니다. “장난이었다”, “다른 친구들도 다 같이 말했다”는 이야기를 반복했습니다. 실제로 초등학생들은 단톡방 안에서 분위기에 휩쓸려 말을 심하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아이들이 그 말의 무게를 충분히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이때 가장 위험한 상황은 부모가 처음부터 “우리 애는 절대 그럴 아이 아니다”라고 방어적으로 나오는 경우입니다. 교실에서도 부모가 지나치게 아이 편만 들기 시작하면 갈등이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경우를 자주 봤습니다. 상대 부모 역시 더 강하게 대응하게 되고 결국 관계 회복보다 책임 공방으로 흐르게 됩니다.

하지만 이 사례에서 달랐던 점은 가해 행동을 한 아이 부모가 아이의 행동 자체는 분명히 잘못되었다고 인정했다는 것입니다. 물론 자기 아이도 억울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겠지만, 우선 아이가 했던 말이 친구에게 상처가 될 수 있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였습니다.

부모가 차분하게 아이와 대화하며 “친구 마음이 어땠을까”를 반복해서 생각하게 했고 감정보다 공감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이것은 아동 상담에서 말하는 공감적 훈육 방식과도 연결됩니다. 혼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행동이 타인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이해하도록 돕는 과정입니다.

그 결과 아이 역시 시간이 지나면서 단순 장난이라고 생각했던 행동이 친구에게 큰 상처가 되었음을 조금씩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담임교사는 판단보다 중재에 집중했습니다

이런 갈등 상황에서 담임교사의 역할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특히 초등학생 친구 문제는 사실 확인보다 감정 정리가 더 우선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들은 자신이 들은 말을 과장해서 전달하기도 하고, 친구 관계 흐름 속에서 오해가 덧붙여지는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당시에도 담임교사는 처음부터 누가 잘못했는지만 따지지 않았습니다. 양쪽 아이 이야기를 충분히 따로 들었고 단톡방 대화 흐름과 친구 관계 상황을 천천히 확인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일부는 실제 있었던 말이었지만 일부는 전달 과정에서 감정이 섞여 부풀려진 부분도 확인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했던 것은 아이들이 서로의 감정을 이해하도록 돕는 과정이었습니다. 피해를 받은 아이에게는 상처받은 감정을 충분히 표현하게 했고, 욕을 했던 아이에게는 변명보다 상대 입장을 생각해보게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것이 바로 회복적 생활교육 관점입니다. 단순히 벌을 주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관계 회복과 책임 있는 사과를 통해 다시 공동체 안으로 돌아오게 돕는 방식입니다. 실제 학교 현장에서는 이런 접근이 아이들 관계를 훨씬 건강하게 회복시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만약 이 상황에서 담임교사가 한쪽 편만 들거나 빠르게 학폭 절차로 몰아갔다면 아이들 감정은 더 극단적으로 치달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반대로 문제를 가볍게 넘겼다면 피해 아이는 더 큰 상처를 받았을 수도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문제를 축소하지도 과장하지도 않는 균형 잡힌 중재였습니다.

학부모의 감정 조절이 갈등을 줄였습니다

아이들 갈등보다 더 어려운 것은 어른들의 감정입니다. 특히 내 아이가 상처받았다고 느끼면 부모는 쉽게 분노하게 됩니다. 반대로 내 아이가 가해자로 지목되면 억울함과 방어심이 커집니다.

하지만 실제로 학교 현장에서 갈등이 커지는 경우를 보면 아이 문제 자체보다 부모 감정 충돌 때문에 일이 악화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단체 채팅 캡처를 서로 보내고, 상대 부모를 비난하고, 아이들 사이 이야기를 어른들이 확대시키면서 관계가 완전히 무너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번 사례는 양쪽 부모 모두 담임교사를 신뢰하며 감정을 조금씩 조절했던 점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즉각적인 비난보다 학교 안에서 아이들 관계를 회복해보자는 방향에 동의했기 때문에 아이들도 극단적으로 불안해하지 않았습니다.

초등학생 시기의 친구 갈등은 충분히 교육적으로 해결 가능한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반복적 괴롭힘이나 지속적인 관계적 공격성은 반드시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합니다. 하지만 일회적 감정 폭발이나 미숙한 언어 사용까지 모두 처벌 중심으로 접근하면 아이들은 관계 회복 경험을 배우기 어렵습니다.

19년 동안 담임교사를 하며 느낀 것은 결국 아이들은 완벽해서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실수 이후 어떻게 책임지고 관계를 회복하는지를 배우며 성장한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는 부모의 차분함과 교사의 균형 잡힌 중재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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